그토록 오랫동안 걸음 하지 않았던 곳에 한번 발을 들이고 나니 멈출수가 없었다. 온통 혼란과 분노로 가득찼던 밤, 성운은 결국 참지 못하고 민현의 방 너머까지 발을 옮겼다. 대단한 문파라기엔 허술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보초하나 없는 문주의 방. 그 앞에 소리 없이 내려서는 것은 성운에게 이젠 숨쉬는 것만큼 쉬운 일이였다. 등불에 비친 그림자만이라도 어루만지...
황반변성 입니다. 점점 시야가 좁아지실 거에요. 딱히 억울한 건 없었다. 그만큼 제 몸을 믿고 너무 열심히 살았다는 얘기니까. 그리고 딱히 절망적이지도 않았다. 점점 안보이게 될 거랬지 당장 안보이는 것도 아니니까. 죽을 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지금부터라도 좋은 것만 눈에 담으면 된다. 세상엔 무수히 많은 것들이 있고 그 중엔 나쁜 것보다 좋은 것이 훨씬 ...
세상에 숨길 수 없는 게 세가지 있다던데 아마 나는 곧그 세가지가 무언지 제대로 깨닫게 될 것 같다. 1. 냄새 자극적이지도 인위적이지도 않은 달디 단 향. 딱 그랬다. 유독 향에 민감한 다니엘이 형을 껴안고 부빗대며 몇번 씩이나 강조했던 “ 좋은 냄새 난다!!” 딱 그런 향. 어디서 살 수도 없고, 흉내 낼 수도 없는 그 향에 팬들조차도 몇 번이고 대체 ...
연신 괴롭게 마른 세수를 하던 성운은 방금 제가 보고 온 족자를 펼쳐들고 다시 한번 글자를 확인했다. [ 월광화문 문주 려훤 ] 그 어디에도 제가 알고 있는 이름은 적혀있지 않았지만 이 글자가 가리키는 이는 제가 아는 이가 틀림 없었다. 제 유년시절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찰나의 추억. 그 안에 빼곡히 자리한 이였다. 모든 걸 지워내고 저 자신조차 지워내도 끝...
왜 하필 여기야. 성운이 고른 파티 장소의 마지막은 다니엘과 성운이 처음 만났던 그 클럽이었다. 들어오자마자 물 만난듯 신난 성운과 재환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멍하게 홀로 남은 다니엘만이 그 자리 그대로 벙져있다가 바 근처로 자리를 옮겼다. 잔뜩 인상을 구긴 채 다니엘이 타는 제 목을 차가운 맥주를 축였다. 그런 속도 모른 채 재환은 재환대로, 성운은 성운대...
아까 그 짓을 봐선 깨어나자마자 당장 어디서든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재환의 말대로 경찰은 커녕, 남자조차도 연락이 없었다. 학교에 계속 있을 수는 없어서 재환과 헤어지고 둘은 성운의 집으로 향했다. 들어오자마자 씻겠다며 성운은 욕실로 향했고 다니엘은 뒤늦게 거울로 본 제 얼굴에 기함했다. - 뭐고, 이거. 이제는 완벽히 고쳐진 사투리였는데 너무 당황해서인...
슬픔 이젠 안녕. W. 강군 그저 지켜본 것만 벌써 반년째다. 정확히 따지면 7개월 정도. 그마저도 사실 매일같이 본 것은 아니였으니까 정말로 세세히 따지고보면 만나는 날만 세서 한달즈음 됐을거다. 원래가 타고나길 잘 아프지도 않을 뿐더러 아프더라도 잠만 잘 자면 금세 털고 일어나는 건강체질이라 병원 갈 일이라고는 한달에 한번도 되지 않는데. 하필 그 몇번...
휘영청 밝은 달만이 알고 있었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 , 고요하기만 한 이 곳에 숨을 쉬고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살아있어도 죽은 듯이, 죽어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렇게 살아야 할 생이었다. 그를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살생부에 적힌 이름을 보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조용히 방을 나섰다. 그리고 그 곳에 없었던 존재가 되어 바람처럼 사라진다...
으윽.. 읍, 윽... 알아듣지 못할 소리가 들려왔다. 좀 취한 거 같더니 피곤해서 하는 잠꼬대인가 생각하며 다니엘은 제 품에 안겨 잠든 성운을 무의식적으로 토닥거렸다. 그럼에도좀처럼 잦아들지 않은 앓는 소리와 함께 얌전했던 성운의 몸이 힘겹게 움찔거렸다. 큰 움직임은 아니였지만 잠꼬대와 움직임을 보아하니 악몽이라도 꾸는건가 싶어 정신이 번쩍 든 다니엘이 ...
흐음.. 안되겠다, 진짜. 오랜만에 직접 결제까지한 영화를 TV에 재생시켜놓고 다니엘과 나란히 앉아있던 성운은 도대체가 영화를 보는건지 마는건지 시작 때부터 딴 데 정신팔려있는 다니엘에 결국 홀짝이던 맥주캔을 내려놓고 리모컨을 들었다. 띡- 하고 꺼지는 까만 화면에도 바로 반응없는 다니엘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자 그제야 퍼드득 정신을 챙긴 다니엘이 까매진...
월간운른 10월호 참여글입니다. 주제: 이사 황민현 X 하성운 앞으로 잘 부탁해. W. 강군 시끄럽다. 안그래도 시차 적응 때문에 죽겠는데 잠을 잘 수가 없다. 도대체 왜 이 집이 좋은 집인지, 비싼 집인지 나는 정말 1도 모르겠다. 조만간 할아버지께 얘기해서 이사가고 말리라 또 한번다짐하며 성운은 오늘도 말아쥔 주먹을 부들거릴 뿐이었다. 간간히 들리던 소...
한참을 엉엉 쏟아내던 성운의 울음이 잦아들고 그새 퉁퉁 부은 눈가를 다니엘이 다정히, 또 조심스럽게 쓸어주었다. 그에 남은 눈물까지 똑 떨어진 성운의 볼 위로도 다니엘의 다정한 손길이 닿았다. 서로를 마주보고 자동으로 웃음이 터졌다. 행복.. 딱 지금 느끼는 기분을 말하는 단어였다. 그렇게 정신을 챙기고 보니 카페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을 그제야 느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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