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전 볼을 붉히며 한껏 기대를 하던 그 여자가 폭탄발언을 듣곤 정신줄을 놓은 것처럼, 제 멋대로 둘 사이를 오해를 하고 다니엘에게 상처받아 울고 있던게 얼굴이 빨개지도록 민망했다. 그래서 도망치듯 그에게서 멀어져 캠퍼스 제일 구석에 위치한 구 도서관 건물까지 내달렸다. 그 옆에 새로 지은 삐까뻔쩍한 도서관이 있어서인지 이곳으로 향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차롬하게 이불을 덮고 세상 반듯한 자세로 누웠다. 눈을 감은 채로 벌써 양 몇 십만마리는 센 거 같은데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거만했다. 당연히 받을거라 생각하고 ‘딱 한번만’을 되뇌이며 건 전화는 다니엘의 목소리 대신 무뚝뚝한 여자의 목소리만 들려주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딱 한번만 같은 소린 하지도 말 걸. 아니, 아예 전화 하지 말 걸. 이미 부재...
진료실로 들어와 넓은 소파로 안내해 저를 앉혀주고는 들어오는 햇빛을 의식한 듯 민현이 바로 커튼을 쳤다. 별다른 말없이 잔잔한 음악을 틀어주고 입고 있던 가운도 벗어 걸었다. 멀뚱히 앉아 그가 하는대로 지켜보고만 있었더니 움직이던 것을 멈추고 흐음, 하며 이내 가까이 다가와 제 어깨를 살짝 밀어 등받이에 기대게끔 해주었다. - 좀 기대서 쉬고 있어요. 나는...
** 본편에 등장하는 과거 회상씬에는 매우 정신적으로 폭력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자세한 표현까지는 피하겠지만 내용상 필요한 부분은 그대로 노출되니 참고해주세요. ** 아릿한 뒷통수보다 곧바로 들리던 목소리에 후다닥 정신을 챙겼다. 요 근래 마주치지 못해서 당연히 만날 수있을거란 것조차 잠시 까먹고 있었는데 우리가 같은 학교였다는 걸 제대로 깨닫는 순간이였다...
처음엔 그저 호기심에서 시작한 것이 컸다. 정말 오랜만에 간 클럽에서 학교 유명인사를 만나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누가 봐도 나 처음왔어요 같은 분위기를 뿜어대긴 하는데, 그렇다고 또 쉽사리 작업을 걸기엔 와꾸가 너무 대단해서 선뜻 도전하지 못한 채 그저 아쉬워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있는 줄도 모르는, 그 잘난 남자가 조금 궁금했을 뿐이었다....
잔디밭에 앉아 삼각김밥을 오물오물 먹으며 성운은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무의미하게 구경했다. 먹는거에 너무 집중했나. 그새 내려간 안경을 쓰윽 올리곤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며 캠퍼스는 누비는 하하호호 즐거운 청춘들을 바라보자니 성운은 괜히 가슴이 몽글몽글해졌다. 하지만 부럽지는 않았다. 전혀 남부럽지 않은 인생을 살고있기에 그저 그들은 지나다니는 풍경에 불과할...
하얗고 예쁜, 한 작은 소년이 있었다. 1. 나란히 앉아 낡은 동화책 한 권을 덮으며 짓는 두 소년의 표정이 사뭇 달랐다. 한 소년은 무언가 맘에 들지 않았고, 그보다 작은 다른 소년은 제가 책 한권을 읽어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해보였다. - 내가 피터팬이란 얘기야? - 응. - 후응.. 난 싫은데.. - 왜? 왜 싫어? 피터팬이 좋은거야. 주인공이자나아. ...
1. 찰칵. 오랜만에 필름 카메라까지 꺼내들었다. 그만큼 멋들어진 풍경에 연신 감탄하며 셔터를 누르다 렌즈에 채 담기지 않는 것들을 놓칠새라 다시금 카메라를 내려놓고 눈동자 가득 담았다. 시원한 바람이 제 머릴 간지럽히며 지나가고 하늘인지바다인지 알 수 없는 경계는 물에 비친 반짝이는 달과 별이 알려준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 유일한 즐거움이였는데 그마저도 ...
갈 수 없다 생각했을 때는 단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겠더니, 막상 마음을 먹고나니 한걸음 떼는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앞서가는 우진의 등을 가만히 바라보며 의건은 진심으로 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제 자신보다도 더, 절 잘 알고 있는. 머뭇대는 절 깨워 줄 수 있는 이는 역시 이 녀석 하나뿐이구나. 그 어렸던 시절부터 동고동락하며 친형제보다도 깊은 ...
어느새 또 너의 집 앞이다. 사귀는 동안 보다 헤어지고 난 뒤에야 더 자주 오는 것 같아 또 그 사실이 뒤늦은 후회로 가슴 깊이 박혀 들어왔다. 오늘만큼은 집에 가야지. 분명 그리 생각하고 발걸음을 옮겼는데 결국 또 이 자리. 내가 김유신이고 내 다리가 그의 애마였다면 벌써 수백번 잘리고도 남았을텐데.. 애석하게도 난 김유신이 아닌 강다니엘이니까. 되도 않...
불평 한번 없는 충심 가득한 의건의 말은 금세 의건을 수국으로 인도했다. 의건의 부름으로 먼저 도착한 다른 왕자들과 그들의 호위부대들이 어느정도 상황을 정리한 듯 궁 앞에 이미 의현의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밖을 지키고 선 낯익은 병사들의 인사를 받은 의건이 말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서자 그야말로 아비규환인 상황에 눈을 질끈 감았다. 어느정도의 희생은 예상...
우진을 보내고 의건은 간단히 짐을 꾸렸다. 그리고 곧 자신의 거처를 나와 토국의 왕궁으로 찾아갔다. 한번도 정해진 약속 외엔 오지 않았던 의건이라 갑작스런 등장에 왕도 놀란 듯 했다. 안으로 들이라 명을 내리는 목소리에 당혹스러움이 가득했으니. - 아니, 왕자가 이 시각에 무슨 일이오? 그토록 제가 친우처럼 지내자, 한번씩 들려달라 청할때는 오지않더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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