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안색으로 누워있는 이는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는 행색이었다. 아무도 없는 넓은 방에 홀로 외로이 있는 이의 이름은 하성운. 화(花)국의 왕이다. 방 밖에는 무수히 많은 시중들이 있지만 한 일국의 왕이란 무릇 지척에까지 그 많은 이를 두지 못하니, 넓은 방에 홀로 있는 것이 당연하건만. 성운은 왕이 된지 벌써 한 해나 되었음에도 사무치는 ...
급하게 다니엘을 따라나온 성우가 겨우 걸음을 쫓아 그의 어깨를 잡아세웠다. 멈춰선 다니엘이 버럭 성우에게 소리쳤다. - 너 뭐냐 대체! - 오해하게 해서 미안한데 나랑 선배 아무사이..ㄷ. - 아무사이도 아니라고? - 어. 절대. 아무사이도 아니야. - 그럼 성운선배는 뭐야. 너 좋아한대? - 뭔소리야. -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던데. 그거 너 아니야? - ...
그 밤, 성우의 자취방에서 성운의 희안한 잠꼬대를 들은 다니엘은 성우가 마실거릴 사들고 들어오자마자 집으로 돌아갔다. 힘든데 그냥 자고 가지 번거롭게도 군다는 성우에게 술이 떡이 된 김재환이랑 같이 자다가 저한테 들러붙기라도 하면 발로 차버릴거 같아서 간다는 웃기지도 않은 핑계를 대며 나섰다. 덕분에 그들보다 잠을 덜 잘수 밖에 없었던 다니엘이 강의가 끝나...
- 아, 글쎄. 안한다니까요!! - 아아앙, 니엘아아아. 제발 한번만. 응?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야아 응응? 한번만 부탁할게에. 며칠 잠잠하다 했더니 또 시작이다. 온 캠퍼스를 누비며 실랑이하는걸로도 모자라 학생회실까지 따라온 성운이 다니엘의 팔에 매달려 졸라대는 이 광경. 이미 학교내에선 이제 유명해질대로 유명하고, 익숙한 광경이라 큰소리에 돌아보던 이들...
민현을 만나기 전 이미 성운의 몸은 망가질대로 망가진 상태였다. 글을 쓴답시고 막 다룬 몸이 고장나는 건 이상한 일은 아니였으니 갑자기 찾아온 병마에 조심스럽게 말하는 의사보다도 오히려 성운은 덤덤했다. 그나마도 요양 겸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와서도 놓치 못한 저의 일 때문에 근처의 오래된 도서관을 찾았다. 그 곳에서 우연히 만난 민현과 사랑에 빠지고 난 ...
어릴 적부터 난 겨울이 싫었다. 피부가 약해 찬 바람이 내 얼굴에 닿는 것도 싫었고 그래서 움츠려드는 어깨도 싫었고 세찬 바람에 이미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데 하얀 입김까지 시야를 가리는 것도 싫었다. 눈길을 걸으면 미끄럽고 뽀득뽀득 대는 소리가 싫었고 시즌이 되면 반짝이는 길도, 울려퍼지는 캐롤소리도 다 그냥 싫었다. 그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맘에 드는 ...
분명 방금 전까지 하하호호 즐거웠는데 분위기가 왜 이렇게 된거냐하면. 그것은 오로지 옹성우와 하성운 커플때문이었다. 연말 시상식들이 마무리 되고 틈틈히 다음 앨범도 슬슬 준비하면서 그래도 전보다는 조금 줄어든 스케줄 덕분에 숙소에 함께 있는 시간들이 늘었다. 그리고 모두 함께 그동안 밀린 워너원고를 보자며 다같이 모였다. 성운은 마침 오랜만에 주어진 자유시...
서럽다. 너무 서럽다. 서러워죽겠다. 내가 지보고 제 맘을 알아달라 하길 했어, 너도 날 좀 좋아해달라 애걸복걸 애원하길 했어 대체 나한테 왜 이래.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멍청이도 이런 똥 멍청이가 없다. 그런 장난을 치고 우리가 얼마나 멀어져 있었는지 따위는 관심도 없었던 거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바로 이렇게..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으려고 온 몸...
" 나한테 뭐 할말있어?" " 아니." " 그럼 내 얼굴에 뭐 묻었어?" " 아니." " 그럼 왜 그렇게 빤히 쳐다보는데?" " 음 - 그냥 -" " 뭐야, 황민현 내 얼굴보고 감탄했냐?" " 엉. 잘생겼네 옹성우-" " 아 진짜 뭐야!! 으으으 - 말을 말자." 오그라드는 나의 뻔뻔한 대답에 제 팔뚝을 쓸며 성우가 방으로 들어갔다. 닫힌 문을 잠시 바라보...
젠장.. 망할... 옹성우 이 미친새끼.. 나쁜새끼.... 표정관리가 안되는 상태로 세트에 돌아왔다. 어지러진 술자리를 다 치우고 화장실에서 나오던 민현이 저와 눈이 마주치곤 걱정되는 얼굴로 다가왔다. " 형, 표정이 왜그래요? 무슨 일 있었어?" " .. 아니야." " 아니긴 뭐가 아니야. 성우는 어쩌고 혼자 들어와요?" " 옹성우 그 새끼. 알게뭐야."...
분명 이 반응이 아니다. 평소에 그라면 분명 빽빽 거리며 그딴걸로 놀리지말라고 하던지, 아니면 웃음을 삼키고 저도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상황극을 받던지, 그것 또한 아니면 아항항 거리는 고주파 웃음소리를 내면서 내 등을 연신 팡팡 쳤어야 맞았다. 근데 이 반응은.. 내가 예상한 바가 아니였다. - 제로베이스에만 오면 카메라고 나발이고 하고 싶은 것은 ...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아니, 몇달인지 몇년인지도 모를만큼 더디게 시간이 갔다. 함께 하던 모든 것들이 허무하게 다 사라지고 나니 남은 거라곤 자신뿐이었다. 그 자신 조차도 온전치 못한 상태이니 어쩌면 그것도 사라진거나 다름없었다. 당연히 말도 안될 일이었다. 이 나라에서 우리가 사랑하고 축복받으며 살아간 다는 것은.. 더구나 유명한 가수인 다니엘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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